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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한마음축제 관중 시선 훔친 이색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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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남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262회 작성일 25-04-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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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선정 발표를 듣고 무대 쪽으로 달려나가는 임수연 양과 환호하는 응원단.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제4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장애인 복지에 기여한 유공자 40여 명에게 표창장이 수여됐다. 이들 가운데 다문화 여성 한 명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바로 자그마한 체구의 필리핀 이주여성 파자드로 겜마씨. 하남시장애인후원회 이수연 회장이 수여하는 표창장을 받았다.

그녀는 26년 전인 1999년 12월말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고향인 필리핀 일로일로시(Iloilo City)를 떠나 하남으로 이주해 왔다. 남편은 지적장애3급이었다. 그녀는 “장애인 남편 돌보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초기에 언어장벽으로 겪는 어려움이 더 힘들었단다.

힘들고 외로운 타국살이에서 큰 힘이 되어준 건 하남에 살고 있는 필리핀 친구들이었다. 이들과 포크댄스팀을 만들어 양로원, 경로당을 찾아 봉사공연도 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하남시 자활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천현동행정복지센터에서 하루 5시간 청소일을 한다. 2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여기서 받는 월급과 보조금 등을 합쳐도 생활은 늘 빠듯하다.

임대주택에서 20대 아들과 90세 넘은 시어머니까지 네 식구가 함께 산다. 결혼하고 고국에는 몇 차례 다녀왔다고 했다. 언제 또 가느냐고 묻자 옆에 앉은 남편이 “다음 주에 아들과 함께 간다”고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자기는 노모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함께 못 간단다. 선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이다. 살림살이야 그렇지만 그래도 늘 환하게 웃는 얼굴의 겜마씨.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행복해요.”

장애인노래자랑 대상 임수연 양

기념식 마치고 야외마당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 제21회 장애인 한마음축제는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다. 기념식 참석자 350여 명이 거의 다 들른 최고의 아이템은 바로 ‘사랑의 자장면’ 나누기. 기본 30분은 기다려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하남시장애인연합회 후원사인 서연푸드 이희연 대표, 도미나루터 제빵소 고희범 대표가 후원하고, 봉사자 40여 명이 자장면 배식에서 설거지, 청소까지 담당했다.

야외 축제의 메인이벤트는 제1회 하남시장애인연합회장배 노래자랑. 연합회 소속 10개 장애인 단체와 하남시장애인복지관 대표 등 13명이 출전해 그동안 닦은 춤과 노래실력을 겨루었다. 한동윤 회장은 “장애인 단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노래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 장애인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고 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이날의 대상은 한국장애인부모회 하남시지부 소속 임수연 양이 차지했다. 임 양은 화려한 공주 스타일 캐릭터로 격한 율동을 곁들인 ‘진짜배기’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수상소감을 묻자 그녀는 들뜬 목소리로 “장애인부모회 이모들이 도와주시고 가족센터 이옥경 팀장님, 김산미 선생님께서 사탕, 금목걸이, 팔찌 만들어 주시고, 노래와 율동 연습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또박또박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장애인부모회의 장애인 바리스타 실습기관에서 바리스타로도 활동하는 그녀는 노래하면 자신감과 성취감이 커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노래하면 행복해요”라고 했다.

대상을 배출한 장애인부모회 하남시지부의 김말선 지부장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장애인들이 평소에 이런 기회가 없잖아요. 함께 모여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렇게 맘껏 노래하고 춤출 곳이 없죠. 1년 중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 같습니다. 우리끼리만 있으니 모든 게 용서되고 허용되고, 모든 게 그냥 즐겁고 아름다운 날이죠.”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하남시지부 이주봉 회장도 “이렇게 나와서 노래자랑 하면서 자기 발표도 한 오늘 하루 우리 장애인들의 자신감이 많이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휠체어 탄 장애인들과 나 같은 지체장애인들이 다니기가 아직도 불편한 곳이 많다”며 “식당 등 건물 입구의 계단과 턱을 없애주고 경사로를 만드는 노력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4인조 밴드 ‘크레파스’의 보컬, 한동윤 장애인연합회장

이날 노래자랑의 깜짝 주인공은 장애인연합회 한동윤 회장이었다. 1부 기념식 때 넥타이 정장 차림이었던 그는 어디서 옷을 갈아입었는지 청바지 가죽점퍼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2부 노래자랑 무대에 섰다. 4인조 보컬밴드 ‘크레파스’의 보컬로 등장한 것이다. 윤수일의 ‘아파트’ 연주 한 곡으로 축제마당은 단번에 클럽 분위기로 바뀌었다. 연주가 끝나자 “키보드! 일렉기타! 드러머! 그리고 보컬 저 한동윤입니다!”라며 본인 소개가 나오자 그를 아는 청중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크레파스는 연주자와 팬들 사이에는 제법 알려진 직장인 밴드. “시작한 지 18년쯤 됐습니다. 음악 봉사 동호회로 뭉쳐서 통기타 팀, 섹소폰 팀, 보컬 팀이 각각 있어요.” 버스킹 연주도 많이 다녔는데 코로나 팬데믹 거치며 많이 뜸해졌다가 다시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중이라고 했다. 오늘 노래자랑 출전자들의 경연곡 반주를 이들이 맡았다.

그는 노래자랑에 나온 장애인과 응원단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면서도 “진작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는 말을 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자 봉사자들이 집기를 치우고 의자를 거두기 시작했다. 단원들이 빈 객석을 향해 에코를 한껏 올리고 연주를 시작했다. 가수 이현의 ‘잘 있어요’로 끝낼 줄 알았더니 조용필의 ‘모나리자’가 이어졌다. 보컬 한동윤의 목청도 시원스레 올라갔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가 없나~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

빈 객석에서 중년여성 한 분이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누르고 있었다. 군에서 갓 제대한 건강한 20대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거대세포종양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았고, 결국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미래가 사라진 그 시절, 청년 한동윤 앞에 나타났다던 바로 그 여인. 그 후 세월이 40년 넘게 흘렀다. 우리 인간은 얼마나 취약한가. 그리고 얼마나 위대한가.

취재=이기동 기자

사진=천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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